"나무에 새 숨결을 불어넣다, 상감공예가 김동헌"

 

 

상감공예로 전통가구에, 나무장난감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있는 김동헌(43, 봄사이클링 대표) 상감공예가. 

나무 표면 위에 색깔이 다른 나무를 박아 넣어 문양을 만드는 조금은 생소한 상감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최근 어떤 활동을 하고 계세요?

예전에는 좀 독특한 가구와 조형물(정크아트 같은)을 주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흥미가 떨어지는 시기가 와서 푹 쉬었어요. 최근 몇 년 동안은 전통가구에 대해 많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만들기 보다는 이론적인 부분에 더 관심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요. 요즘은 나무 표면 위에 색깔이 다른 나무를 박아 넣거나 붙여서 문양을 만드는 상감작업에 몰두하고 있어요. 상감하는 방법이 어렵고 여러 날을 주구장창 해야 하는 지루한 작업이어서 하는 사람이 적은데, 저와는 잘 맞는 부분이 있어 재미를 느낍니다.

생각해 보니 전통가구를 아주 잘 만드는 사람이 되었어도 만족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물론 가구도 만들지만, 형상, 오브제, 조형물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았어요. 우리나라의 고유한 나전칠기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그걸 따라가다 보니 상감공예를 만나게 된 거죠. 나전칠기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는 5개 분야 장인의 기술이 함께 어우러져야 해요. 패각으로 자개를 만드는 섭패장, 자개재료를 사용해 나전기법에 따른 문양을 만들어서 기물에 장식하는 나전장, 나무재료를 사용해 기물을 만드는 소목장, 기물에 칠을 입히고 장식된 나전의 상감효과를 내며 연마해 광택을 내는 칠장, 백동재료로 기능성 장석을 만드는 두석장인데요. 상감작업을 하면서 직접 만든 전통가구나 나무장난감에 상감공예를 접목해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완성할 수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죠.

 

 

 

상감작업으로 주로 하는 작업이 궁금합니다

상감작업으로 열심히 만들고 있는 한 방향의 주제는 ‘도깨비’에요. 도깨비는 어느 나라에나 다 설화로 존재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도깨비를 캐릭터화해서 상감작업이 들어가는 나무장난감(미니)을 다양하게 만드는 시도를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또 다른 작업은 전통문양 중에 주로 오래된 수막새(목조건물의 처마 끝에 있는 무늬기와. 삼국-고려-조선)에 새겨져 있는 귀면화, 도깨비, 용 문양 등을 가구에 그림 같은 느낌으로 상감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물론 가구를 만드는 작업도 틈틈이 계속하고 있는데, 상감작업이 들어가는 가구이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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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나무를 계속 만지게 되셨어요?

오래전에 취미로 잠깐 했고요. 10년 전쯤, 대전에서의 삶을 다 정리하고 배낭 하나만 메고 「야생초편지』를 쓰신 황대관 선생님을 만나러 전남 영광에 갔어요. 그곳에 사는 주민들도 들어가기 어려워할 정도로 길이 험해 눈이 오면 한 달은 고립되는 태청산이라는 곳이었어요. 글을 쓰러 다른 지역으로 가신 황 선생님 댁에서 농사를 짓고 지내게 됐어요. 산에 살면서 닭을 키우면서 ‘닭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잘 만들어볼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나무와 다시, 제대로 만나게 됐어요. 산에 쓰러진 나무들을 주워서 투박하게 만들었는데 계단도 만들고 예쁜 닭장을 만들게 된 거죠. 전통가구는 접합하는 결구법을 한옥부터 시작해 독학으로 배웠어요. 작업하다가 막히면 책을 통해 계속 배웠어요.

 

 

 

특별히 좋아하는 나무가 있나요?

전통가구는 오동나무, 느티나무, 참죽나무, 먹감나무 같은 나무로 많이 만들어요. 그런데 저는 전통가구를 좋아하면서도 수입산 나무를 즐겨 썼어요. 예를 들어 빨간색인 파덕, 검은색인 흑단 같은 나무는 장난감을 만들 때 색감이 좋아요. 하지만 이런 나무들을 벌재하면서 환경을 파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함부로 안 사려고 합니다. 영광에 있을 때 벌목했던 참죽나무나 향이 좋은 국내산 삼나무를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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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작업 외에 즐겨하는 것은?

공방에 있는 시간 외에는 무조건 농사를 지어요. 완주에서는 작은 텃밭을 하고 있고, 시간이 될 때마다 영광에 있는 무화과농장에 다녀오고 있어요. 땅을 구하면 농사를 지어볼 생각입니다.

 

 

 

완주는 어떤 인연으로 정착하게 되셨어요?

한번 크게 다친 적이 있는데, 그 일이 영광에서 완주로 오는 계기가 됐어요. 영광은 산속에서 지내니 너무 추워서 치료가 안 되기에 대전과 영광을 오가는 생활을 6~7개월 정도 했어요. 그런데 완주에 친구들이 있어서 중간에 거쳐서 여러 번 들르다 보니 완주에 이사까지 오게 됐어요.

2020년 여름, 완주군창업보육센터에 공방을 마련했어요. 이곳에 나무를 원하는 모양으로 재단하는 CNC 기계가 있었는데, 입력값을 계산하는 게 조금 어렵고 나무의 물성을 잘 알아야 해요. 1년 동안 공부한 이후부터 수작업과 CNC 기계작업을 병행해 가구와 나무장난감에 상감작업을 접목시키고 있습니다.

 

 

 

산속에 살다 완주로 정착하면서 힘든 적이 있었다면?

사실 완주에 오고 나서 날마다 안 보던 사람들을 만나고, 산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니 적응이 안 되어 다 힘들었어요. 공방이 생기기 전에 프로젝트 작업을 할 때는 다른 공방을 빌려 사용하려다 이유 없는 냉대를 당하기도 했어요. 그게 일종의 텃세였나 봐요. 버리기 쉬운 파렛트로 가구를 만들고 인테리어를 하는 작업을 두 달여 하고 나서는 파렛트 분진 때문에 마른기침에 시달린 적도 있어요. 작업할 때의 어려움은 작업과정 전 단계인데 나무를 수급하고 말리고 제제하고 하는 전 과정이 고되죠. 많은 나무가 잘 건조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그 공간이 영광에 있어서 왔다갔다하느라 시간이 더 걸리고.

다행히 지난해에 봉동에 작은 땅을 마련해 직접 집을 지었어요. 물론 집을 짓는 데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해서 중간 과정까지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나머지 반은 셋이서 마무리를 했어요. 18평쯤 되는 작은 집을 원룸으로 지었어요. 지금도 완성은 아니고 처마도 만들고 하나씩 완성하는 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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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은 주로 어디서 하세요?

대부분의 작업은 고산에 있는 공방에서 하고, 전통가구에 상감을 넣는 과정은 천철석(전북 무형문화재 19호, 장인공예사 대표) 선생님 작업실에 같이 하고 있어요, 선생님은 13살부터 전통가구 만드는 일을 지금까지 하고 계시는데, 작업실에 들어가면 오래된 공간 안에 낡은 기계와 수십 년 사용한 수공구들이 즐비해요. 어둑어둑한 곳에 있는 수공구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사용하고 있는 기계인지, 그냥 오랜 시간 서 있는 기계인지 헷갈리는 것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데 그 공간이 주는 에너지가 상감작업을 하는 요즘은 많은 힘을 보태줍니다. 일부러 작업이 없는 날에도 선생님 작업실에 가서 이런저런 일을 도와드리고 그냥 있다가 오기도 해요.

 

 

 

앞으로 더 집중하고 싶은 작업은?

앞으로는 작은 도깨비에서 더 크고 재미있는 기술적 요소를 넣은 장난감 조형물을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도깨비 장난감을 만들다 보면 ‘이건 아무도 만들지 않았을 거야’라는 생각 때문인지 이미지가 독특하게 잘 형상화됐을 때 행복합니다.

가구에 상감을 넣는 작업도 계속하고요. 다만 사용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소장하고 싶은 소장가치가 있는 미니멀한 상감가구 위주로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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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올겨울에 복합문화지구 누에에서 전시회를 열 생각으로 많은 에너지를 쏟아 준비하고 있어요. 요즘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건 천철석선생님과 전통가구에 상감을 넣는 작품입니다. 선생님과 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고, 기술적인 부분에서 생각보다 어려워서 속도가 느려요. 천 선생님은 수작업으로, 전 수작업과 기계작업을 병행해서 상감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선생님께서 이번 상감작업은 제게 다 맡기고 계세요.

‘상감을 넣어 만든 전통가구’라는 결과물이 첫 느낌에서 주는 가치나 희소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죠. 사실 상감작업을 한 전통가구는 거의 보기 힘들어요. 그래서 더 부담과 고민이 많은 요즘입니다.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누구에게 기억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싶지는 않은데요.(웃음) 굳이 기억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 ‘좋다’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도 좋고, 만드는 것도 좋다.’

 

 

 

 

 

 

 

 

 

송은숙 작가가 김동헌 작가에게 보내는 글

 

 

나무와 함께한 시간 때문일까,

몸에 밴 나무향 때문일까.

김동헌 상감공예가는

어쩐지 한 그루 나무 같은 사람이었다.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해가도

듬직하게 늘 그 자리를 지킬 것만 같은….

 

 

2018~2019 영광 여성단체협의회(여성문화센터) 생활목공예교육
2019.3. 나무숲거미줄 전시회 "짜맞춤 가구"-영광산림박물관
2019.5~7. 영광 "빠끔살이공작소" 공간 연출
2019.4~11 영광군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목공예(DIY) 교육
2019.7~12 영광 빠끔살이공작소 목공(DIY)교육
2019.9. 영광 메이커페스티벌 조형물
2019.9. 목포혁신박람회-영광군 "청춘공방" 공간 연출, 업사이클링 활용
2019.12. 영광 글로리메이커아카데미 - 청소년 창업과정 교육
2019~2021 완주창업보육센터 DIY메이킹 목공교실 상,하반기 교육
2020.10.12. 완주군귀농귀촌센터 우드카빙 교육
2021~2022 영광성지송학중학교 예술꽃학교 문화예술교육 목공예 교육강사
현)'봄사이클링' 대표

송은숙
글을 쓰면서 책을 만드는 북에디터이다. 완주살이 이야기를 담은 <느림>잡지 편집장.어린이기자단 교육과 어린이, 청소년과 책을 만드는 ‘책이랑’ 프로그램 글 미디어 교육도 하고 있다.

오랜 시간 공들여 나무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 상감공예 분야를, 그리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나무와 오랜 시간을 보내온 김동헌 상감공예가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