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하나 된 세상. 예술로 꽃 피는 완주.
WANJU FOUNDATION FOR ARTS & CULTURE

박선 : 쉐어드 랜드
Park Xun : Shared Land
복합문화지구 누에
11.8. – 11.20, 2022
Opening reception Nov 11
나는 오감으로 경험한 자연을 그린다. 특히 살아있는 야생의 탄력적인 동세와 에너지에서 영감을 받는다. 나는 실제로 경험한 것을 다루는 것을 그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연의 생동을 드로잉에 담고자 한다. 나는 자연의 생명력과 에너지를 선과 색으로 표현한다. 태양, 물, 바람이 순환하면서 펼쳐지는 풍경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 느낌을 종이에 꺼내기 위하여 당시의 경험을 마음에 떠올리며, 직관적이며 유희적인 드로잉을 하게 된다. 나의 자연은 주로 밝은 색채, 단순화된 형태 그리고 유기적인 곡선으로 표현된다. 나는 작업을 통해 자연 안에 인간이 존재하는 공존의 패턴을 상상한다. 그 층은 거대한 에너지가 운동하고 있는 대지와 같은 공간이며, 소나기, 구름, 제비 등이 자유롭게 머무르기를 바란다. <작가노트>

회화와 함께, 회화적으로 호흡하기
박선 작가는 완주에 정착하기 전 성남과 제주, 미국 볼티모어 등지에서 기록작업을 진행했다. 사회적·역사적 맥락 위에 진행한 작업은 제주 4‧3항쟁과 같은 현대사의 트라우마적 사건이나 개발로 철거되거나 도시재생이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된 지역을 소재로 사진과 인터뷰, 회화와 콜라주, 설치작업을 망라하며 기록하고 엮었다. 이들은 관심이 떠나거나 자본의 욕망으로 파괴된 장소를, 시간이 오래 지나 때늦은 지금을, 이른바 사후적인 시간성을 기록한다는 점에 서로 상응한다. 다만 작가는 생존주민을 찾아가 만나고 인터뷰하면서 지금을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말하자면 그의 사후적 시점은 사후적인 시간으로서 ‘지금’을 견지하는 셈이다. 사실적인 묘사나 사건의 무게를 담기보다 저마다 지금을 살아가는 모습을 색으로 방사하고, 역사적 지층과 무게보다는 표층의 오늘에 주목하는 작업은 기존 사건에 부여된 의미와 무게에 미끄러지며 긴장을 보이기도 한다.
박선 작가는 완주에 정착하기 전 성남과 제주, 미국 볼티모어 등지에서 기록작업을 진행했다. 사회적·역사적 맥락 위에 진행한 작업은 제주 4‧3항쟁과 같은 현대사의 트라우마적 사건이나 개발로 철거되거나 도시재생이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된 지역을 소재로 사진과 인터뷰, 회화와 콜라주, 설치작업을 망라하며 기록하고 엮었다. 이들은 관심이 떠나거나 자본의 욕망으로 파괴된 장소를, 시간이 오래 지나 때늦은 지금을, 이른바 사후적인 시간성을 기록한다는 점에 서로 상응한다. 다만 작가는 생존주민을 찾아가 만나고 인터뷰하면서 지금을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말하자면 그의 사후적 시점은 사후적인 시간으로서 ‘지금’을 견지하는 셈이다. 사실적인 묘사나 사건의 무게를 담기보다 저마다 지금을 살아가는 모습을 색으로 방사하고, 역사적 지층과 무게보다는 표층의 오늘에 주목하는 작업은 기존 사건에 부여된 의미와 무게에 미끄러지며 긴장을 보이기도 한다.
완주에 이주하고 진행한 작업들은 시간을 자신의 리듬에 맞춰 주도적으로 가져가는 모습이다. 작가는 개발과 재난 등 사후적 시점에서 사건과 풍경에 접근해야 했던 이전 작업과 달리, 동시적으로 변화하는 주변 환경과 감응하며 변화를 기록한다. 이는 작가가 4‧3항쟁 유족을 인터뷰하며 그린 초상화 〈순출삼촌〉(2019)의 시점과 연결성을 보인다. 색상을 화사하게 사용하며 근거리의 얼굴을 담은 수채화 작업은, 기존 4‧3을 재현했던 트라우마적 태도나 전형적인 무게와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오늘의 이웃으로 그들을 대면하는 시도는 어쩌면 지금 논밭을 가까이 두고 살아가는 일상에 감응하는 작가의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를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자연의 순환과 유동적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색과 선을 부각한다. 아크릴물감을 주로 사용하는 작업은 빠르고 얇은 붓질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는 완주에 정착하고 초기에 작업한 그림들과 차별성을 보이는데, 초기 작업의 경우 배경을 쨍한 단색으로 구성하고 선적인 요소를 사용하면서 그래픽적 디자인의 효과를 부각했다. 주로 자연 소재를 도안하거나 패턴으로 배경을 처리하는 그림은 색들의 현란한 대비에 의해 시각적 착란효과를 보였다. 곤충과 개구리, 꽃 등 장식적인 뉘앙스가 강한 이미지를 사용하면서 색상을 전면화하고, 패턴화된 배경 위로 전형적인 도안을 은연중에 부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삐딱하게 본다면 강렬한 색과 소재의 사용은 작가가 강약 없이 화면을 채우려는 욕심을 그대로 노출하여 외려 형태의 습속을 반복하지 않는가를 묻게 한다
이번 전시 《셰어드 랜드Shared Land》에서 작가는 붓에 힘을 빼고 개별 소재의 형태보다 평면성의 예술로서 회화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취한다. 꽃과 개구리 등 특정 사물보다는 지천에 펼쳐진 논과 밭의 지형을, 논에 가지런히 심어진 모종의 패턴과 갈래를 담는 그림은 배경 면의 농담과 풀의 방향에 변주를 주면서 화면에 리듬을 더한다. 수면의 파동과 풀의 패턴은 평면과 입면을 한데 교차하고 수평면과 수직성을 포갠다. 위-하늘 아래-땅의 전형적 재현의 구성에서 다채로운 화면 구도를 시도하는 모습은 회화적 평면성을 인지하면서도 리드미컬하게 회화적 공간을 고안해내는 화가의 운용력을 보여준다.
완주에서 진행한 작업이 보이는 역동성은 과거 성남에서 진행한 〈사적인 아카이브〉(2020)를 떠올리게 한다. 모래더미로 가득한 장소와 그 뒤에 병풍처럼 서 있는 아파트 풍경에서 작가는 지역을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주민들을 찾아 인터뷰하고 그들의 얼굴을, 일상의 장소들을 아카이빙한다. 주민의 눈높이와 호흡을 맞추며 이야기를 담고 작가의 일상 기록을 콜라주하는 작업은 박탈과 상실의 정조에 기반하면서도 예의 무용하고 무력한 행위로서 사진기록에 알록달록한 일상의 편린을 부각했다. 그것이 사진에서 회화로, 서울에서 완주로 옮겨오면서 작업은 외부 환경에 호흡을 맞추며 상실을 변화로, 기록을 회화적 필치로, 잃어버린 서사를 시각적 스킨십으로 전환하는 것처럼 보인다.
직접적인 정념을 걷어낸 표현, 한결 가벼워진 표현들이 남긴 흔적과 패턴들은 기존 작가가 보여온 기록의 무용함과 연속성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한다. 도시와 농촌을 가르지 않더라도 사사로운 정념과 전형적 재현의 코드들을 비우는 작업, 이른바 화면을 비우면서 채우는 작업은 무용할지라도 무력해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작가가 시각적 표현으로 환경과 호흡을 맞추며 체득한 회화적 수행이자 감응의 방식은 아닐까.
* 남웅은 인권운동과 더불어 시각문화 및 미술평론을 한다. 2011년 제 4회 플랫폼 문화비평상 미술비평 부문에 “동성애자 에이즈 재현에 관련된 논의—에이즈 위기부터 오늘의 한국사회까지”로 당선된 바 있으며, “오늘의 예술 콜렉티브—과거의 눈으로 현재를 보지만, 얼마동안 빛이 있는 한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로 2017년 제2회 SeMA—하나 평론상을 수상했다. 공저로는 『감염병과 인문학』(2014), 『메타유니버스—2000년대 한국미술의 세대, 지역, 공간, 매체』(2015), 『한국의 논점 2017』(2016)이 있다. 현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상임활동가이다. (출처: ‘당신을 지지한다’는 문장의 곤란함에 관하여)

전시전경 | 2022
박선(b. 1987)은 회화를 주 매체로 완주, 서울에서 활동한다. 그녀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 서양미술사를(2012), 메릴랜드 인스티튜드 컬리지 오브 아트에서 다매체를 석사 졸업하였다(2015).
그녀는 젠더, 문화 충돌, 재개발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다른 작가나 소규모 커뮤니티와 협업하여 작품을 만들어왔다. 2020-2021 에는 성남 재개발 이슈에 대한 원주민 인터뷰 리서치에 대한 아카이브 전시(2020)를 진행하였고, 재개발 지역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내가 꿈꾸는 집' 워크숍을 공공예술창작소에서 진행하였다(2021). 또한 4.3 을 주제로 4 차례 전시를 기획하였다. Show &Tell 에서 <동백꽃 피다>(2019), 복합문화공간 소네마리에서 <섬의 얼굴>(2019), 아트스페이스 C 에서 <100 마이너스 30>(2018), 이중섭 미술관에서 <섬의 얼굴1> (2018)을 기획 및 전시하였다. 4.3 평화기념관<섬의 노래>(2019), 4.3 미술제<경야>(2019), 제주비엔날레 <투어리즘>(2018)에 참여하였으며, 2015년 볼티모어의 한인 타운에 소재한 서울떡집 (Seoul rice cake)에서 ‘이민’을 주제로 주민과 협업하여 만든 작품을 전시한 바 있다.
주최 완주문화재단
박선 홈페이지
https://www.parkxun.com/